덧없는 인연, 친구

친구는 언제 만났을까? 아, 5월 1일이었구나. 올해 5월 1일에 친구를 만났는데, 그 이후로는 친구를 만나지 못했다.

좋은 일일까? 나이가 들면서 ‘친구’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들을 잃었다.

남편은 아직도 3개월에 한 번씩 고등학교와 대학 동창회에 간다.

동창회에 참석하는 사람도 많다.

열 명 이상일 것 같다.

대학 친구들도 매번 연락이 닿는 새로운 얼굴을 초대하는 듯해서 여전히 매우 활발하게 만나는 듯하다.

적어도 내 생각에는. 처음부터 친구가 많지 않았다.

꾸준히 만난 친구는 고등학교 동창 몇 명과 중학교 동창 몇 명이다.

그리고 대학 동창 몇 명. 기숙사 친구 몇 명. 그게 다다.

하지만 그런 친구들도 요즘은 만나기 쉽지 않다.

최근에 만난 친구는 결혼하지 않은 유일한 친구뿐이었다.

생각해보니 다 결혼해서 아이 키우느라 바쁘다.

결혼은 했지만 아이는 없으니 자유시간이 많을 것 같아요. 직장에서 모임이 몇 개 있었는데, 다른 직장으로 옮기면서 다 없어졌어요. 지금 직장에서는 아직 모임을 만들지 못했어요. 합류하지 못했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할 것 같아요. 친구는 ‘지나가는 관계’ 같은 거라고 생각해요. 지나가면서 시간을 보낸 사람들. 같은 동네에 살아서 친구가 된 사람들은 다른 동네에 살면 멀어지고, 같은 학교를 다녀서 친구가 된 사람들은 그 동네를 떠나면 다시 멀어져요. 직장에 대해 설명할 필요도 없겠죠. 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아마 같은 동네에서 비슷한 나이의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시기를 겪고 있을 거예요. 그 기간이 지나면 다시 어린 시절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까요? 비슷한 삶을 살아야 가능할 것 같아요. 부잣집에 시집가서 포르셰 타고 나타난 고등학생 동창과 연락도 꺼려지고, 강남에 살던 대학 친구들은 다 외국으로 이사를 가서 지금은 어디에 사는지도 정확히 모르겠어요. 어차피 친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이유로 친밀감을 느끼는 존재인데, 어릴 때부터 친구 사귀는 데 어려움을 겪던 저에게 나이가 들면서 어울리던 친구들을 만날 이유가 점점 줄어들었고,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도 더 어려워졌어요. 2021년 1월에 이사를 하고 직장을 옮겼어요. 그 뒤로 3년 반 동안은 거의 남편과만 지냈어요. 가족과 만나던 친구들, 친하게 지내던 직장 동료들과도 멀어졌어요. ‘친구’가 생길까 싶기도 해요. 운동하다가 친해지고 맥주 한 잔 하러 가는 사람들처럼 갑자기 사교적으로 변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. 어떤 면에서는 내가 지나치는 모든 관계가 친구라는 걸 알지만, 나 자신이 친구를 구분하고 있는지 궁금하다.

친구는 내가 과거에 친구로 분류했던 사람들뿐만 아니라, 지금과 미래에 내 삶에서 지나치는 모든 관계가 친구가 될 수 있다.

폭이 넓고 얕더라도. 지나가더라도, 내 마음이 바뀌면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다.

어쩌면 이미 사귀었을지도 모른다.

사진: Unsplash의 Roberto Nickson